재배일지2026년 3월 25일
계약하자마자 약부터 쳤다 — 석회유황합제의 세례
과수원을 알아가기도 전에 시작된 첫 방제 작업, 그리고 2주간 안 빠지는 황 냄새
과수원을 계약하고 일주일도 안 됐는데, 벌써 약을 치고 있었어.
과수원 주인분이 코칭을 해주셨는데, "지금 바로 석회유황합제 쳐야 해요"라는 거야. 과수원을 알아가기도 전인데? 나무 이름도 다 못 외웠는데? 근데 때가 때인지라 미룰 수가 없었나 봐. 봄이 오기 전에 병해충을 미리 잡아야 한다고.
석회유황합제. 이름부터 뭔가 강렬하잖아. 실제로도 강렬했어.

황이 들어간 약인데, 이걸 나무에 뿌리는 순간부터 온몸에 황 냄새가 배더라고. 그것도 2주일 동안 안 빠져. 샤워를 해도, 옷을 갈아입어도, 그 특유의 냄새가 계속 따라다녔어.
사실 이건 나 혼자 한 게 아니야. 내가 괜히 과수원 한다고 사고를 쳐서, 아내랑 처형, 처형의 형님까지 와서 도와줬어. 다들 과수원은 처음인데, 방제 장비 들고 나무 사이를 누비면서 정말 고생 많이 했거든. 지금 생각해도 감사하고 미안해.
사진? 없어. 찍을 정신이 없었어... 약 뿌리느라 정신없고, 냄새에 치이고, 장비 다루느라 버벅거리고. 이제 막 시작한 초보딱지 치고는 약부터 맨땅으로 배운 셈이야.
어쨌든 여차저차 약도 다 뿌리고, 끝나고 나니까 나름 보람있더라. 아, 나 진짜 농부가 되긴 됐구나 싶었어.
다음부터는 꼭 사진 찍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