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일지2026년 7월 18일

보름 만에 돌아왔어 — 매일 따고 포장하고, 그리고 밭에서 만난 손님

수황·사자조생 수확과 납품으로 정신없던 보름의 기록. 광주 수완지구 구구공 마트와 광주과학기술원까지 복숭아가 가게 된 이야기, 그리고 낙과 위에서 만난 장수풍뎅이 암컷.

오랜만이지? 수황 납품 소식 전한 게 7월 1일이었는데, 벌써 보름이 훌쩍 지났네. 그동안 글 쓸 틈이 없었어. 변명이 아니라 진짜야 — 복숭아가 한꺼번에 익기 시작하면 농부한테는 다른 시간이 없거든. 해 뜨면 따고, 낮에는 선별하고 포장하고, 해 지면 쓰러져 자고. 그 반복이었어.

오늘 수확한 복숭아 바구니들

봐봐, 하루에 이만큼씩 나와. 바구니가 모자랄 지경이야. 이게 다 수황이랑 사자조생이야. 보름 내내 이 두 품종을 따고 또 땄는데, 이제 마무리 물량까지 다 나갔어. 그리고 내일부터는 드디어 **경봉(오도로끼)**이 나오기 시작해. 쉴 틈이 없다니까.

물기 머금은 복숭아 한 알

아침 이슬 머금은 걸 손에 올려보면, 보름 동안의 피로가 좀 가시는 것 같기도 해.

봉지 씌워 키운 애들

봉지 씌워 키운 애들은 벗겨보기 전까지 두근두근해. 노란 봉지를 열면 뽀얗게 잘 큰 얼굴이 나올 때, 그 맛에 봉지 작업을 하는 거지.

선물박스 포장

4kg 선물박스

잘생긴 애들은 이렇게 4kg 박스에 담아서 나가. 노란 그물망 하나씩 입혀서 눕히다 보면 꼭 아기 재우는 것 같아.

이렇게 포장한 복숭아들이 요즘 어디로 가냐면 — 광주 수완지구에 있는 구구공 마트에 계속 납품하고 있고, 감사하게도 광주과학기술원이랑 학교들에서도 찾아주셔서 그쪽으로도 나가고 있어. 한번 드셔보신 분들이 또 찾아주실 때, 그게 제일 힘이 나. 보름 동안 몸은 힘들었는데 마음은 계속 배불렀던 이유야.

밭에서 만난 손님

낙과 위의 장수풍뎅이 암컷

그러다 풀숲에서 이 친구를 만났어. 떨어진 복숭아를 열심히 먹고 있더라고. 처음엔 뭔가 했는데, 찾아보니 장수풍뎅이 암컷이야. 뿔은 수컷만 있고 암컷은 이렇게 수수하게 생겼대. 수확기 들어 약을 안 치니까 이런 생명들이 밭에 찾아와. 낙과를 치워주는 청소부이기도 하고, 우리 밭이 살아있다는 증거 같아서 한참을 들여다봤네.

내일부터는 경봉이 줄 서 있어. 8월까지는 계속 이런 나날일 것 같아. 또 소식 들고 올게.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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